시계가 갑니다. 시곗바늘을 따라 자동차의 핸들을 돌려봅니다. 시곗바늘은 움직이는데 내가 탄 차는 움직이질 않네요.
교통 체증은 언제나 우리의 숨을 막히게 합니다. 또 다른 공해로 느낄 정도로요!
저기 커피 한 잔을 들고 여유롭게 걷고 있는 이가 운전 중인 나보다 빨라 보입니다.
내 차는 멋진 엔진을 가지고 있지만 제 성능을 내지 못하니, 커피가 휘발유보다 가성비가 더 좋게 여겨집니다.
시간은 가는데 이것 참, 차를 버리고 갈 수도 없고.
차들이 줄을 지어 끼어듭니다. 설상가상으로 교차로에서 꼬이고 신호에 묶입니다.
시곗바늘은 벌써 한 바퀴를 돌았군요. 도심 속 내 핸들의 속박을 풀고 싶어집니다.
제발. 내 앞의 이 자동차들 모두 사라져버렸으면!
<탄생비화>
재작년 이맘때 즈음인 것 같다.
평촌에서 사당을 넘어가고 있을 때 지독한 교통체증을 경험했다.
30분에 600미터라니... 디지털 계기판에서 실시간으로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연비는 내 관자놀이를 더욱 자극했다.
오른쪽에 있는 인도에 지나가는 얼음 가득 들어 있는 테이크아웃 잔을 손에 하나씩 든 채 하하호호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어째 바퀴 달린 내 차보다 빨랐다.
30분이 더 지났다. 차들은 여전히 움직일 생각이 없다.
교차로에서 줄지어 앞으로 가려던 차들 중간에 내 차가 있다.
제발 신호등아, 주황불을 켜지 말아 줘...라고 말하는 순간, 약 올리듯 번쩍 들어오는 주황불, 그리고 이어 빨간불. 옆에서 오는 차들이 빵빵거린다.
예 예... 죄송합니다. 그 누구보다도 제가 더 앞으로 가고 싶을 거예요.
길게 줄지어 있는 비싼 자동차들 사이에서 일렁이는 아지랑이들은 나를 더 숨 막히게 했다.
그리고 나는 외쳤다.
"핸들이 도로에 묶여버린 것 같아!"
양 엄지와 검지로 관자놀이를 잡고 핸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핸들을 감싸고 있는 도로들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집에 도착해서 아이패드에 핸들을 그리고, 성가시고 우아하게 장악해버린 도로들을 그려보았다.
도로들끼리도 묶어보았다. 이왕 묶는 거 예쁘게 묶었다.
그리고 무한 반복이 되도록 배치시키고, 중간중간에 묶여있는 핸들을 넣었다.
내 브랜드 첫 번째 테마 'piss off quickly'에 걸맞은 작품이었다.
아까만 해도 내 관자놀이 파괴자였던 교통체증이 내 아이패드에 작품으로 등장했다.
이 작품의 이름을 정했다. 그때 내 심정을 그대로 담아.
이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복잡하게, 그리고 질서정연하게 패턴으로 묶여있는 선들은 1차선 도로입니다.
그리고 자동차 핸들이 마치 거미줄에 걸린듯 중간 중간에 도로들에게 잡혀있습니다.
정식 작품에서는 마감처리 되어 있던 도로 패턴을 무한히 연결시켜 패턴으로 활용합니다.